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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식 치르는 '밤의 여왕' 빅토리아수련, 활짝 꽃 피우다
신구대식물원, 빅토리아수련 야간전시 열어
비전성남   |   2024-09-11 [20:01]

 

 

 

신구대식물원(원장 전정일)98일부터 3일간 빅토리아수련 야간전시를 열어 빅토리아수련 꽃을 보기 위해 야간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신비하고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 빅토리아수련 야간전시 참가자들  © 비전성남

 

빅토리아수련은 열대 수생식물로 원산지는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이다. 1837년 영국의 생물학자 존 린들리(John Lindley)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위대한 빅토리아여왕에게 헌정되면서 빅토리아수련으로 부르게 됐다 

 

수련 중 가장 크며 직경 3미터까지 자란다고 알려져 있다. 잎맥에 공기주머니가 발달해 사람이 빅토리아수련 잎 위에 앉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한 잎을 가졌다. 험한 정글의 습지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수련이 낮에 꽃을 피우고 밤에 지는 데 반해, 빅토리아수련은 밤에 23일 동안 꽃을 화려하게 피우다 진다. 낮에 넓은 잎으로 광합성을 해 모아진 에너지를 동원, 저녁에 꽃을 피우는 빅토리아수련은 밤에 피어 밤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 가시로 둘러싸인 빅토리아수련의 꽃봉오리가 물 위로 올라온 모습  © 비전성남

 

신구대식물원 식물관리팀 전민건 주임의 설명으로 시작된 야간전시 첫째 날 98, 가시로 둘러싸인 봉오리가 물 위로 올라와 관람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9시가 넘도록 꽃봉오리는 꽃잎을 보여 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관람객들을 9일 꽃이 필 것을 기대해야만 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설레고 즐거운 기다림이라며 빅토리아수련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깊은 밤 식물원의 고요한 정취를 함께 감상하다 헤어졌다

 

▲ 신구대식물원에서의 설렘 그리고 즐거운 기다림  © 비전성남

 

▲ 신구대식물원에서의 설렘 그리고 즐거운 기다림  © 비전성남

 

다행히 9일 야간전시에선 발레리나처럼 하얀 꽃잎을 활짝 편 빅토리아수련을 만날 수 있었다. 오후 430분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해 도도하면서 우아하게 만발한 꽃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지난밤의 아쉬움을 날려버렸다 

 

빅토리아수련 꽃이 핀 온실에 다가가니 꽃봉오리가 개화하면서 은은한 바닐라와 달콤하고 상큼한 파인애플향이 함께 어우러진 듯한 향기가 확 느껴졌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윽한 향기는 정말 오묘하고 강렬했는데 잊히지 않을 향기로움이었다. 

  

8시 가까워지며 하얀 꽃 중심이 약간 붉어졌는데 이때가 절정에 이른, 활짝 핀 꽃의 모습이라고 신구대식물원 박선정 주임은 설명했다.

 

▲ 오후 4시 30분 이후 꽃잎을 펼치며 활짝 피어난 빅토리아수련꽃  © 비전성남

 

 

빅토리아수련에는 아마존빅토리아수련과 크루지아나빅토리아수련이 있다. 이번 야간전시에서 만난 수련은 아마존빅토리아수련이다.

 

신구대식물원 식물관리팀 전민건 주임의 설명에 따르면 빅토리아수련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난 5월 식재한 이후 28~30도 수온을 유지하기 위해 수조 안에 열선을 깔았고, 유속이 낮으며 일조량이 높아야 하는 생장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조등을 달아 특별관리를 했다고 한다.

 

빅토리아수련의 꽃을 볼 수 있도록 신구대식물원 식물관리팀이 이 식물에 쏟은 노력과 열정이 온전히 느껴졌다.

 

▲ 개화 절정에 이르러 하얗던 꽃의 가운데 부분이 붉게 물든 모습  © 비전성남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은 중매쟁이로 알려진 딱정벌레를 유혹하기 위한 빅토리아수련의 전략이다.

 

암수가 한 몸인 빅토리아수련의 꽃은 첫날에는 하얀 암꽃을 피우고 강렬한 향기와 따뜻한 방을 만들어 밤에 활동하는 딱정벌레를 불러들인다. 다른 꽃의 꽃가루를 몸에 묻히고 찾아온 딱정벌레가 들어오면 수분을 하고, 자신은 빨간색 수꽃으로 변신을 시작하면서 꽃을 오므려 딱정벌레가 자신의 꽃가루를 듬뿍 묻히도록 한다.

 

둘째 날, 꽃잎을 벌려서 날려 보내는데 딱정벌레가 다른 암꽃을 찾아가 자신의 수술 꽃가루로 수정하도록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빅토리아수련은 자가수정을 피하고 타가수정 메커니즘을 성공적으로 완성한다.


▲ 둘째 날, 수꽃이 체리빛을 띤 보라색으로 개화한 모습  © 비전성남

 

둘째 날 수꽃이 체리빛을 띤 보라색으로 개화하는 과정에서 왕관 모양을 형성하는데 흔히들 이것을 대관식을 한다고 표현한다.

 

이번 야간전시에선 아쉽게도 대관식스러운 꽃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흰색의 암꽃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과정은 신비롭고, 자가수분을 피하려는 빅토리아수련의 전략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10일 야간전시에서 다시 만난 빅토리아수련은 물에 닿은 꽃잎이 힘을 잃고 꽃대도 힘이 약해져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 대관식으로 표현되는 왕관 모양의 수꽃  © 비전성남

▲ 대관식으로 표현되는 왕관 모양의 수꽃  © 비전성남

▲ 대관식으로 표현되는 왕관 모양의 수꽃  © 비전성남

 

고등동에서 온 관람객은 "연간회원으로 신구대식물원 온실전시관에 늘 다녔는데 이렇게 신비롭고 귀한 꽃이 여기에 있는 줄 이제껏 몰랐어요. 인스타그램을 보고 이번 야간전시에 왔는데 식물원에서 빅토리아수련에 쏟은 정성이 마치 산파가 아이를 받을 때의 정성처럼 느껴졌어요. 묵묵히 애써 준 식물원의 열정과 정성 덕분에 이렇게 귀한 꽃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심곡동에서 온 관람객은 "신기하기만 하고 이렇게 고귀한 꽃을 봐서 행복합니다. 재작년보다 올해가 더 예쁜 것 같아요. 내년도 기다려지네요"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차 야간전시를 마친 신구대식물원은 9월 중 2, 3차 야간전시 예약신청을 접수 중이다. 빅토리아수련꽃이 이틀간 야간에 개화하므로 회차당 2일을 참석하게 되며 회차당 선착순 15명으로 운영된다. 꽃눈 상태에 따라 개화일을 예측하기 때문에 정확한 일정은 개화 1~2일 전에 공지된다.

 

문의: 신구대식물원 031-724-1661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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