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비전성남』 2부를 들고 이매동 맨발 황톳길을 걷는 시민들을 만나러 갔다. 세족장 옆에 신발을 올려놓고 크게 한번 기지개도 켜고 준비운동을 한 후 황톳길에 들어서는 분도 있고, 집에서부터 걸어왔기 때문에 준비운동이 필요 없다는 어르신도 계신다.
황토체험장을 열심히 돌며 이야기를 나누던 두 분은 아는 사이가 아니란다. 이연옥(68) 씨는 아름마을에, 문양숙(63) 씨는 야탑동에 산다.
“금방 친해질 수 있는 곳이 운동하며 만나는 황톳길의 길동무인 것 같아요.”
“이 동네 살다가 야탑동으로 이사 갔는데 못 잊어서 매일 와요. 맨발 황톳길 오는 것이 목표예요. 친구가 내려오기로 했는데 못 온다고 하네요. 시집도 한 권 넣어 가지고 왔는데. 발을 씻고 나면 아리아리한 느낌이 들어요. 다음날 왔다 가면 또 그 기분이 들고, 자극이 느껴져서 황톳길 걷는 기분을 느끼며 잠들어요. 야탑에도 한군데 만들어 주시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순희(62·이매촌) 씨는 황톳길에서 수돗가 올라오는 길에 쌓인 황토를 알뜰 주걱으로 긁어내리며 “황토가 쌓여서 누군가 미끄러질까 봐 걱정돼 흙을 긁어내리고 있어요. 아침 5시 30분이면 황톳길에 나와서 30분을 걷고, 옆에 있는 흙길도 30분을 걸어요. 설치던 잠도 잘 자고 밥도 맛있게 먹어요. 황톳길 참 좋아요”라며 배려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박경순(82·아름마을) 어르신은 “매일 6시에 나와서 걸어요. 물기가 많은 곳에서는 내 나름대로 힘을 줘 가면서 걸어요. 건강을 위해 다리 힘도 기르고 균형을 잡기도 해요. 이렇게 좋은 길을 만들어 주셨는데 사용하는 사람이 잘 써야지 뭐든지 오래가요. 발 닦을 수건은 비닐에 넣어 가지고 와서 사용하고 다시 가져가요”라며 좋은 시설을 서로 아끼며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은 밀려 나온 황토를 길 가운데로 걷어 넣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황톳길 관리자도 만났다. 주변을 쓸고 수도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돌리느라 잠시도 쉬지 않는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옵니다. 황톳길을 걷는 시민들 건강을 위한 임무라 생각하고 불편 없이 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나가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김윤봉 반장,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
7월 5일 개장한 이매동 맨발 황톳길(420m)은 아직은 무더워 한낮을 피해 아침저녁 시민들로 붐빈다.
발을 씻는 시민들께 인사를 건넸다.
맨발 황톳길 어떠신가요?
“황톳길이 우리 동네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건강해지는 연습 중, 느낌이 좋네요!”
“온몸으로 신호가 와요.”
“황토에서 좋은 기운이 나온다고 해요.”
발을 씻으며 한마디씩 황토의 효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분이 흰 봉투에 담아온 것을 들어 보인다. 솔은 비치돼 있지만, 발톱 사이의 황토를 털어 내기 위해 안 쓰는 칫솔과 발을 닦을 작은 수건을 가지고 온다고 했다.
이매동 황톳길은 세족장이 황톳길보다 위에 있어서 비가 오거나 한꺼번에 많이 사용할 때 황톳길로 물이 흘러내려서 탄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나 바닥에 황토가 흘러내리는 문제점이 있다는 게 이용하는 분들의 의견이다. 마침 이날 수리를 하러 온다고 하니, 곧 개선될 거라 다행이다.
이제 이매동 맨발 황톳길은 나만 건강해지자고 걷는 길이 아니다. 문제점을 서로 이야기하고, 안전도 서로 챙기면서 깨끗하고 질서 있게 황톳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매동 맨발 황톳길은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시민들로 인해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관리만 좀 더 잘해 주세요.”
『비전성남』을 못 봤다며 받아들고 산책길로 돌아서는 두 분의 발길이 가벼워 보였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